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이들의 발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영유아의 언어발달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4.9%가 마스크 사용으로 인해 아이들의 언어 노출과 발달 기회가 크게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마스크로 인해 교사들의 입모양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말소리도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모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영유아들의 언어 발달에 큰 악영향이 미쳤다"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아이들의 언어발달 지연에 대해 하이닥 소아청소년과 상담의사 오성근 원장(라솜메디컬의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코로나로 인해 언어학습 기회 감소복화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복화술은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는 기술입니다. 발음도 조금 부정확하고 별다른 입술의 움직임 없이 소리만 내어 말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 사이에 숨어서 말할 때는 누가 말소리를 내었는지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이렇게 우리는 의외로 상대방의 표정이나 분위기 그리고 입모양에서 소리 외적인 정보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생후 8개월 경이 되면 타인의 입에서 나는 소리와 상대방의 입모양을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언어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흉내 내기를 위한 준비과정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이 마스크로 인해 흉내를 내야 하는 대상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듣기도, 입모양을 보고 따라 하기도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본인이 내는 소리가 상대방의 귀에 들리는 소리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 입장에서 똑같은 소리를 발성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자극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언어 학습이 용이한 상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족 외에 외부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아이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집안에 형제가 없거나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가정은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아이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더 적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생후 18~36개월 사이에 언어폭발기라고 불리며 아이가 구사할 수 있는 단어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시기가 있는데, 지난 3년간 코로나19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언어 학습을 위한 환경과 기회가 줄어들어 이 시기에 출생한 아이들의 언어 발달이 크게 늦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어발달이 늦어지면 사회정서발달에도 악영향언어발달이 늦어지면 아동들의 사회정서발달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언어능력과 사회정서발달이 매우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사회성과 정서지능 발달은 상대의 눈과 표정을 보고 감정과 정서를 익혀야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낯선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목소리만으로 알아채 배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언어 수준의 문제 역시 아이의 정서발달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표현하는데 언어 능력이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부모라 할지라도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아이의 정서를 완전히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언어발달 지연은 아이의 자존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자극이 주어지는 것은 아이의 발달에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적인 방법만으로는 발달에 필요한 자극을 주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자녀의 발달 문제 해결에 가장 효율적이고 시간 손실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와 함께 현재 자녀의 발달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발달을 지연시키는 문제를 파악해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자극을 계획한다면 아이의 언어 발달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오성근 원장(라솜메디컬의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