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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인데, 신체 나이는 80살...초희귀질환 '조로증'

사람은 누구나 노화를 겪는다. 하지만 정상인보다 몇십 년 더 빠르게 늙는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 병적인 일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400명 이내에 불과한 '소아조로증(progeria)' 환자의 이야기다. 국내에는 1명의 환자가 있다. 조로증의 정식 명칭은 허친슨-길포드 조로증(hgps)이다. 1800년대 영국 의사인 허친슨(hutchinson)과 길포드(gilford)가 조로증을 최초로 보고 해서다.



조로증 환자가 2살이 되면 머리카락이 사라진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조로증에 걸린 아기는 태어난 후 몇 개월 동안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9~24개월이 지나면서 키가 작고,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성장 지연이 급격하게 나타난다. 아이가 2살이 되면 머리카락과 눈썹이 사라지고, 피부는 거칠고 탄력이 없다. 문제는 외형적인 노화뿐만 아니라 뼈와 장기의 노화도 같이 온다는 것이다. 골다공증, 고관절 탈골 그리고 전신 동맥경화 증상으로 고혈압, 협심증, 뇌경색 등이 발병한다. 이 때문에 심장병과 뇌졸중 등으로 평균 만 13세에 사망한다. 20년 이상 사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조로증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은 2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미국 브라운 대학병원의 소아과 의사인 레슬리 고든(leslie gordon)의 아들인 샘이 1998년 조로증으로 진단받은 이후부터다. 고든은 조로증에 대한 전문가와 치료법이 없음을 깨닫고 1999년 조로증 연구재단(prf)을 설립했다. 이후 조로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데 몰두하고, 조로증 치료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200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조로증을 유발하는 원인 유전자가 1번 염색체의 장완에 위치한 lmna(라민 a)라는 유전자이며, lmna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조로증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조로증 원인이 밝혀진 후에는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해졌다. 그중 하나는 원래 항암제로 개발됐던 로나파닙(lornafarnib)이다. 로나파닙은 파네실 전달효소(farnesyl transferase, fti) 저해제로, 이를 경구 투여하면 lmna 유전자의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 핵 구조의 불안정성이 억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조로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로나파닙을 사용한 결과, 로나파닙을 복용한 치료군의 수명이 비치료군에 비해 3개월에서 2년 6개월까지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참가자 중에는 고든의 아들인 샘도 있었다. 20년을 채 살지 못 하는 조로증 환자들에게 이 시간은 매우 길고 소중한 시간이다. 그 결과, 2020년 미국 fda는 로나파닙 성분의 치료제인 조킨비(zokinvy)를 조로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그러나 조킨비는 조로증을 완치하는 약이 아니기에, 현재도 많은 연구진이 조로증 환자의 노화를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